Thursday, July 20, 2006

An A to Z of Sussex University Life

(이글 역시 유학시절 홈피를 만들던 후배들을 돕고자 썼던 글인데, 자료 삼아 퍼다논다. http://cafe.daum.net/sussex)

A is for 'Arts Buildings'.
-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대부분의 학과가 들어서 있는 서로 미로처럼 이어진 다섯 개의 건물. Arts는 중세 대학에서 가르치던 the liberal arts 7 과목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현대식 건축물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건물 이름이다. 아침에 유럽(Euro Bar)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는 미국이나 영국(EAM Bar)의 푹신한 소파에서 영국 차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햇볕이 따사로운 봄, 여름에는 아프리카나 아시아(Afras Bar)의 뜰에서 마시는 커피 맛과 다양한 주제의 대화는 잊을 수 없다.

B is for 'Bramber House'.
- 몇 년 전까지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원의 식당을 연상시키는 Refectory라고 불리던 건물. 두 층의 식당과 펍, 바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서점, 동창회, 우체국, 은행, 식료품 가게 등도 있어서 개명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 이 건물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대학 사회 내에서 세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 간다.

C is for 'Crouching Cat, Hidden Campus'.
- 캠퍼스 안 도처에 세워진 건물 배치도. 기숙사와 스포츠 퍼빌리언을 포함한 캠퍼스의 전체 건물의 배치는 앉아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지만 이를 알아차리기까지는 적어도 일년은 걸린다. 마음이 착한..., 아니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고양이가 보인다. '눈멂'과 '통찰'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D is for 'DPhil'.
- Acronym과 initialism이 뒤섞인 기형적 표현. 영국에는 원래 대학의 제도로서의 박사는 없었고 다만 오늘날의 명예 박사에 해당하는 명칭이 탁월한 업적을 이룬 기성의 학자에게 주어졌다. 그러던 중 미국이나 영연방에서 유학 온 학자들이 다년간 연구를 한 후에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불평을 함에 따라서 현재의 박사 학위 제도를 미국에서 1910년대에 도입했다. 이 사실은 영국의 학위가 대륙에서처럼 강의 없이 연구 업적을 평가하여 주어지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박사 학위까지 받아 학자로 남는 것을 능력 부족으로 여기던 분위기가 195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재미있는 일화로는 Harvard에서 철학 박사 논문을 쓰던 중 자료를 준비하러 Oxford에 왔던 시인 Eliot가 논문을 제출하고도 학위를 포기하는 사건이 있다. 아무튼 미국에서 박사를 PhD (Philosophiae Doctor)라고 부르기 때문에 Oxford에서는 DPhil (Doctor of Philosophy)로 불렀고, Oxford와는 달라야 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Cambridge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명칭이어서 불쾌하지만 라틴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 PhD로 부르게 된다. Sussex에서는 설립 당시 대학 행정면에서 Oxford를 모델로 삼았다. 일설에 의하면 PhD가 한국에서는 Permanent Head (Brain) Damage 영국에서는 Poverty, Hardship and Deficiency 의 initialism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DPhil은 무엇의 약자일까?

E is for 'Eating like a horse'.
- '먹는 것이 힘이다.' Sussex 한국인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명언 중 하나. '아는 것이 힘'인 지식 권력 사회와는 달리 지식이 권력이 아니고 기본인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분간할 수 없다. 아무튼 먹고 읽고 마시고 쓰다 보면 하루가 가고 또 일년이 간다.

F is for 'Falmer Village'.
- Sussex 대학이 속한 행정구역. 마을 중앙에 한 두 배의 오리 가족들이 한가하게 노니는 연못이 있고 그 연못 한 쪽에는 아담한 교회가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꽤 오래된 목사관이 있는 아름답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마을에서 대학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우리 한인 모임을 자주 갖는 펍 Swan Inn이 있다. 삼 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자동차 광인 주인은 독신남으로서 맥주 값 계산에는 매우 정확하다.

G is for 'Gardner Art Centre'.
- Gardner라는 사람이 대학에 기증한 아름다운 건물. 평상시에는 외부의 공연, 전시회 등에 대관하고 화제의 영화들도 상영하여 대학 재정의 한 몫을 담당한다. 동계 졸업식이 열리는 건물이다. 이 건물 가까운 지역의 자동차 번호 (신형)도 G로 시작된다 (the Garden of England).

H is for 'Hypocricy'.
영국인들의 속성. 영국 대학에서는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논문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된다. 대개 지도교수의 평이 '좋다. 계속해라' 정도라면 스스로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는 어쩌면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아직 종잡을 수가 없구나'이기가 쉽다. 잘 진전되는 경우에는 대체로 지도교수의 표정이 달라지고 요구 사항이 많아지며 제안과 추천 서적 또한 많아진다. 아무튼 영국에서 'Good!'은 칭찬이 아니다.

I is for 'Interdisciplinarity'.
- 학문의 패러다임이 '지혜 (wisdom)'에서 '지식 (knowledge)'을 거처 '정보 (information)'로 이동해가고 있다면 이 시대는 분명 역사상 새로운 경험이다. 하버마스는 현대성의 한 양상으로 서로 담을 쌓은 학문의 세분화를 들고 있는데 이와 같은 비 순수를 이미 경험한 후 공자, 맹자 혹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의 추구로 돌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제시된 대안으로서 '학제적 연구'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외관만큼이나 연구자의 영역은 만만치가 않다. 두 학문 사이의 연구란 양쪽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일이다. 가령 학위 논문의 경우 그 심사를 양쪽 전문가들이 동시에 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근에 성공적으로 통과된 한 한국인의 경제지리학 논문의 경우 지리학자와 경제학자가 심사를 했고 또 최근 실패한 한 일본인의 영문학 논문 (Shelley의 시에 대한 불교적 접근)의 경우 심사위원인 불교 학자가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각광받는 문화연구, 여성학, EU 연구 등은 모두 학제적 연구 분야들이다.

J is for 'Jack and Jill'.
- 영국에서 사라져 가는 제도로서 결혼. 그와 더불어 '아내', '남편' 등의 어휘도 사라질 운명이다. 그 대신 원래 사업상의 동료인 '파트너'는 새로운 의미를 하나 덧붙여 간다. 이는 이혼율 세계 1위와 더불어서 'Single Mum'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혜와 무관하지 않은 사회 현상이다. 그러나 Jill이 Jack없이는 못사는 법인 듯하여 가족 관계에서 'step'이 붙는 표현이 많아지고 나이가 적당히 든 Jill은 'ex-'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많이 쓴다.

K is for 'Koreans at Sussex'.
- Sussex 대학 내 소수 집단 중 하나. EU국가 출신도, 영연방 출신도 아닌 한국인 유학생들의 위상은 다소 초라한 인상이다. 돈 많은 일본인들처럼 영국에서 반기는 것도 아닌데 한국은 영국을 유구한 전통의 나라니 뭐니 하며 짝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L is for 'Library'.
- 야트막한 외관과는 달리 의외로 넓은 3층 건물. 120만여권의 장서를 갖춘 개가식 도서관으로 대학의 역사에 비해 19세기와 20세기초에 출판된 책들도 비교적 잘 갖추고 있지만 주변의 많은 명망가들이 죽으면서 기증한 도서들이 그 간극을 계속 채워가고 있다. 한편, 학생이 연구를 위해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도서관의 책임이라서 새로 구입을 하거나 구입할 수 없는 경우에는 타 도서관에서 비용을 들여 빌려다 준다. 또한 개가식 도서관의 장점은 필요한 책을 찾으러 서가에 들어갔다가 바로 옆에 꽂힌 책들도 함께 들추어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러는 중에 연구의 방향이 보다 세련되어 감을 경험하게 된다.

M is for 'MA or MSc'.- '일년밖에 안되는데 뭘!'하고 덤볐다가 많이들 후회하는 과정. 상대적으로 영어가 서툰 (영국에서의) 첫해에 필독량이 많고 세미나에 공헌해야 할 의무감에 시달리다 보면 어쨌든 한 해가 간다. 석사과정이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영국에서는 대체로 학문을 계속할 것인지 탐색하는 기간 정도로 생각한다. 영국에서도 요즈음은 석사를 권장하는 분위기이지만 학부 졸업 후 바로 박사 연구 과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 석사과정을 일단 시작하면 그 성적은 박사 진학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Sussex 혹은 Oxbridge에서 박사를 하려 할 경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에 미달할 경우에는 입학이 취소된다. 그래도 영국 학위를 원한다면 외국인에게 특히 관대한 W대학 등이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 대학에서는 졸업도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N is for 'Nobel Prize'.
- Sussex 대학과 노벨상의 인연은 큰 편이다. 수상한 전직 혹은 정년 퇴임 Sussex 학자들은 상당수에 이르며 현직으로는 화학과에 한 명이 있다.

O is for 'October'.
- 공부밖에 할 일이 없는 계절의 시작. Brighton에는 절묘하게도 시월이 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매일. 한국에서는 놀기 좋은 봄과 더불어 학기가 시작되어 학문에의 정진이 바로 수양임을 일깨우는데 이 곳에서는 여름 동안 실컷 놀고 어쩔 수 없을 때 공부하는 셈이다.

P is for 'Pond'.
- Sussex 대학 건축가의 집착. 그는 애초에 캠퍼스 중앙에 인공 호수를 만들려고 했으나 재정상 포기를 강요당했다. 그러나 그는 물이 없는 환경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건물 주변과 사이사이에 연못을 만들기로 했다 한다. 캠퍼스 안에 연못이 몇 개인지를 정확히 아는 데도 아마 일년은 지내야 하지 않을까?

Q is for 'Queer'.
- 전혀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는 동성애. Brighton이 영국에서 동성애로 유명한 만큼 Sussex대학에는 동성애 연구로 유명하다. 게이 교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이 학생들은 사랑으로 무장된 집단이다. 어떤 레즈비언 교수는 남자에게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수줍음이 많다. 게이나 레즈비언이 이상한 사람들인지 혹은 이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R is for 'Red brick'.
- 돌이 없는 Sussex지방의 대표적인 전통적 건축 자재. 자연스럽게 대학 신축 당시 이를 사용하여 'Red brick University'가 Sussex대학의 별명이 되고 나중에는 새로운 대학을 의미하는 보통 명사로 전용되어 붉은 벽돌과는 무관한 Essex, York, Keele, Warwick 대학 등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S is for 'Sussex'.
- 'Sir Sex!'가 되지 않도록 발음상 주의를 요하는 이름. Sussex대학에 유학생 자녀를 둔 한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의 학교를 쉽게 자랑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움을 경험하신다. Sussex는 사실 Sex와는 무관(?)하고 원래 Saxon족이 거주하던 영국의 남동부 지방, 즉 Essex, Middlesex, Wessex, Sussex 중에서 South를 의미한다.

T is for 'Tennis'.
- Sussex 한인 사회에서 가장 활발한 스포츠. 원래 한국 테니스 계에서는 고수들이 초보자들을 노예 취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이 귀하다 보니 왕초보라도 잘 가르쳐서 데리고 논다.

U is for 'University Ranking'.
- 한국인들의 초미의 관심사. Sussex 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전국 5위권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다소 부진을 면치 못한다. 정부에서는 재정 지원의 자료로 삼기 위해 매 5년마다 교수의 연구 성과와 학생의 졸업률을 조사하는데 학부의 경우에 전국 180여개 대학 중 Sussex 대학은 1996년에 12위였다가 2001년에는 31위로 하락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심리학, 화학, 생물학, 물리학, 응용 수학, 컴퓨터 과학, 일반 공학, 미국학, 영문학, 미술사학, 음악, 교육학, 철학, 사회인류학, SPRU 등의 분야에서는 최상위 평점인 5를 받았다. 특히 2001년 평가에서는 Oxbridge를 제외한 여타 대학들의 경우 특정한 몇몇 분야에서만 상위 평점을 받은데 반해, Sussex는 거의 전 분야에서 5점 이상을 받아, 대학 당국은 물론 학생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V is for 'Viva Voce'.
- 논문 구두 시험. 미국에서는 defence라고 불리는 데 그 저변에 놓인 발상의 차이가 재미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시험관의 '공격'을 요령 것 '방어'할 것을 기대한다면 영국 대학에서는 박사 논문을 완성했다 해도 여전히 시험 대상인 학생에 불과하다. 또 다른 차이로는 미국에서 석사논문을 thesis, 박사논문을 dissertation이라 부르는 데 영국에서는 그 반대의 명칭을 사용한다. 아무튼 논문이 통과되면 'Viva!'

W for 'Woolf'.
- Virginia Woolf. 대학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중농 정도의 마을 Rodmell에 시골집 (런던 밖의 휴가용) Monk's House를 갖게 됨으로써 그녀의 사후에 설립된 Sussex 대학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녀가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신경쇠약의 강박관념으로 동내 앞 Ouse 강에서 자살을 한 후에도 남편 Leonard는 그 집을 계속 유지했으며 문인들과 Virginia 사이의 서신들 중 일부(미간행)를 훗날 대학 도서관에 기증한다. 그녀로 인해 Sussex 대학은 오늘날까지 modernism의 연구가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편, Monk's House는 지금은 the National Trust의 소유이지만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에만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X is for 'Xerox machines'.
- 매사에 정확한 척하는 영국인들은 photocopier라고 부르는 복사기. 한국인들이 처음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도서관의 복사비(장당 6p)는 그래도 the British Library보다는 싸다 (면당 20p). 한국에서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이유는 바로 저작권료 때문이다. 영국에서 학술도서를 저술한 사람은 누구나 매년 저작권료를 각 대학으로부터 학생수에 따라 다르게 받는다고 한다. 현재 총장 협회에서는 이 비용을 줄이려하고 저작권 협회에서는 인상하려 하여 갈등을 겪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 밖의 복사비가 다소 싼 편이다 (5p in Arts D).

Y is for 'Yum-Yum'.
- 맛있는 소리. Brighton시내 North Lane에 있는 중국 식료품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시내의 한국 식품 가게가 영락을 거듭하는 중에도 이 중국 점은 꿋꿋이 버티고 있어 주목거리이다.

Z is for 'Zest'.
- Last but not least, zest for life! 이 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오늘도 해변의 캠퍼스에는 바람이 ... 아니 비가 내린다. 살아야겠다. (무슈 발레리, 표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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